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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인터뷰] 19. 김지혜 외화의 여왕, 학교에 성우교실을 열다

 

 

 

원조 성우 덕후는 바로 나야!”

 

진정 좋아하던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굴곡이 있어도 내가 바라던 길을 걷는데 여행이 즐거울 수 밖에. 열아홉번째 만난 사람의 삶은 그래서 탐이 난다.

그간 열여덟 분의 성우를 만났다. 처음부터 성우를 목표한 사람도 있었고, 연기가 좋아 여러 길을 고르다 이리 닿은 이도 있었다. DJ를 준비하다 성우로 진로변경한 이도 봤고, 운명처럼 시험 직전 급류를 탔던 사람도, 가정이 있는 몸으로 험로에 도전해 이른 이도 있었다. 모두 청춘에 승부를 걸었던 승자지만, 이번 사람은 아예 어릴 적부터 장래 희망이 성우였던지라 또 남다르다. 아홉 살 때 이미 진로를 결정지었던 열아홉번째 주자, 외화의 여왕 김지혜를 소개한다.

 

 

 

김지혜

1999 KBS 27기 입사

1997 대교방송 3기

2001 KBS 성우연기대상 신인연기상

 

대표작 애니메이션

거북이특공대Z – 에이프릴 (SBS)

구름빵 – 홍시 (KBS)

데스노트 – 웨디, 유미(대원방송)

마징카이저 – 애리(대원방송)

별의목소리 – 나가미네 미카코(KBS)

베리베리 뮤우뮤우 – 자루비 (SBS)

블랙잭 OVA – 피노코, 카티나(KBS)

쪽빛보다 푸르게 – 미나즈키 타에코, 우즈메(대원방송)

풀메탈패닉! - 안수란 (대원방송)

환상마전 최유기 – 이린, 옥면공주 (대원방송, 투니버스)

드래곤볼Z 신들의전쟁 – 부르마 (극장판)

바다가 들린다 – 무토 리카코 (대원방송)

원피스 – 벨메일 (KBS)

외화

닥터후 – 에이미 폰드 (KBS)

첨밀밀 – 이교(장만옥) (KBS)

아이언맨1,2 –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 (KBS)

트랩트 – 에비(다코타 패닝) (KBS)

수어사이드 스쿼드 – 할리퀸(기내더빙)

이니셜D – 모기 나츠키

무간도1,3 – 이심아(진혜림)(KBS)

 

보이스 투 보이스 방송연기교육원 대표

 

 

‘1999 KBS 황금세대’에서 외화의 여왕으로 어느덧 20년

 

닥터후와 에이미가 시간여행을 하던 저 큰 전화부스에 우리도 즐겁게 올라 보자. 성우 김지혜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변곡점을 한 곳씩 들러가며 오늘 인터뷰를 이어간다. 닥터의 친절하지 못한 성격까지 닮으려 한건 아니나 시간순은 뒤죽박죽이다.

여행 전 2019년 지금 모습을 스캔한다. ‘영포티 세대’.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위화감 없다는 오늘날 40대가 앞에 있다. 그럼 처음으로 찾아갈 시점, 성우에게 있어선 두 번째 출생해라 할 수 있는 입사 때는 어떤 모습일까.

문을 열고 나가보니 황금 세대가 마중나와 있다. 1999, 성우 역사를 꿰고 있는 매니아라면 !’할 것이다. 맞다. 그녀는 전설의 KBS 27기 기수다. 사성웅(헐크), 소연(엘사), 안용욱(울트라맨 가이아), 양석정(블랙잭), 윤세웅(놀란로스-리벤지), 이현주(도라에몽-비실이) 등 현존하는 1급 성우들이 동기다. 이 골든 제네레이션 중 그녀는 외화의 여왕이란 칭호가 아깝지 않을 족적을 남겼다. 위를 보라. 그동안 대표작을 열거함에 있어 외화 파트가 이만큼 충실한 적은 처음이다.

외화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현재 셜록과 더불어 KBS 외화의 양 축인 닥터후 시리즈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히로인 에이미 폰드, 아이언맨의 안방마님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당당한 주역인 페퍼포츠 등 금발 벽안의 장신 미녀는 그녀의 전문분야다. 뿐만 아니라 첨밀밀 마지막장면에서 여명과 함께 운명적으로 재회하고 웃던 장만옥, 무간도 시리즈의 진혜림 등 시대를 풍미한 동양 미인들도 그녀 몫이었다. 아역으로 다코타 패닝도 맡았다!

TV에선 뜸해도 기내더빙 외화는 살아있다. 비행기를 타면 자주 만날 수 있는 목소리. 특히 키아나 나이틀리는 그녀가 전담하는 배우다.

 

외화가 난 제일 재밌어. 어릴 때도 외화를 좋아했고. 소머즈의 주희 선배님, 남과북의 버지니아를 맡은 이경자 선배님, 레밍턴스틸의 윤소라 선배님처럼 개성적인 목소리의 외화 주인공들을 정말 좋아했어. 그래서 지금은 맘껏 외화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해.”

 

혹 읽다 당황할까 하여 설명하는데, 필자와는 사제관계라 평소 평어로 대하신다. 하여 이 인터뷰도 존칭 전환 없이 그대로 워딩한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닌자거북이의 에이프릴, 블랙잭의 피노코, 마징카이저의 애리, 드래곤볼의 부르마 등 고전명작의 여주인공을 다수 맡았다. 바다가 들린다를 통해 스튜디오 지브리의 주인공도 경험했고, 별의 목소리의 주인공도 그녀가 차지했다. 남자4인방의 존재감이 큰 최유기에서도 이린과 옥면공주를 맡아 강철같은 성대를 자랑했고, 쪽빛보다 푸르게에선 착하고 백치미 넘치던 타에코를 담당하며 귀여운 소녀부터 액션 처녀, 비련의 여주인공까지 폭이 깊었다. 그러나 이 말고도 비장의 카드가 있다.

 

성우는 스튜디오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성우가 그녀다.

 

“유만준 선배에게 들은 ‘너 왜 내연녀를 그렇게 잘하냐?’ 칭찬 잊지못해”

 

얄미운 여자 역할 전문이랄까.

바다가 들린다의 무토 리카코는 남주인공 뿐 아니라 동창들에 있어서도 얄미웠던 아이다. 주인공이지만 착하다고는 하기 힘든 모습이 꼭 바람과함께사라지다의 스칼렛을 떠올린다. 목마르니 설산에 올라가 만년설 구해오라는 옥면공주는 상식을 벗어났다. KBS무대의 2005년작 휴게소에서는 순진한 남자(이규석)에게 거짓말로 상처 준 다방레지였는데 여주인공(은영선)과 만나 서로 치유해가며 해피엔딩을 맞이하려던 순간, 종방 1분을 남겨두고 본의 아니게(?) 그 판을 깨버리면서 청취자가 라디오를 집어던지게 했다. 이니셜D에선 여주인공인줄 알았더니 어장관리녀였냐고 평가가 뒤집힌 전설의 모기 역할을 했다. 대놓고 악역보다 더 밉상인 역할도 특유의 연기력으로 기가 막히게 소화해냈다. 본인 스스로도 한동안 어린 역할 아니면 내연녀(!) 역할이 번갈아 들어오더라고 소회한다. 알고보니, 데뷔하고 얼마 안 돼 전속시절부터 이미 이런 역할에 눈을 떴다.

 

전속때 유만준 선배랑 같이 입을 맞췄는데(당신이 먼저 떠올리는 그런 표현 아니다) 내가 글쎄 선배님 내연녀였어. 근데 이걸 내가 경험을 해봤어야 감을 잡지. 그래서 그냥 내 감대로 했어. 근데 끝나고 나니까 선배가 그러는거야. ‘야 너 대체 뭐하던 애야. 무슨 내연녀를 그렇게 잘해.’라고. 물론 칭찬이지. 그리고 그 때부터 그런 역할 자주 맡았어. 내연녀, 백치미, 얄미운 애, 그러면서 나이도 어리고 예쁜 여자애들. 지금도 중년 이상 나이 대는 잘 안 와. 근데 희한하게 나도 남자 둘을 양손에 쥐고 자기주장 강한 역할이 재밌더라?”

 

이쯤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을 알아보도록 시간을 조금 되돌려 보자. 어떻게 해서 성우가 된 걸까.

 

 

 

1981년, 초등학교 2학년 때 목소리 듣고 성우 이름 맞추던 소녀

 

이번엔 80년대 초로 왔다. 본격적으로 컬러 TV 시대가 열리며 오디오, 비디오 할 거 없이 성우 컨텐츠가 활황이던 시절, 아홉 살 소녀 김지혜에게도 그 시절은 꿈 많던 초등학교 2학년 소중한 유년기였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고 케이블 티비도 아니던 아날로그 세상에서 그 소녀는 아마 이 나라에서 가장 성우에 정통했던 초등학생이었다.

 

“80년대 초반 부모님이 카세트테이프로 된 듣는 동화전집을 사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어. 지금으로 치면 오디오북이나 라디오드라마CD에 꽂힌 셈이야. 게다가 아버지가 1년에 한번씩 해외 출장을 가시는데 그 때마다 나를 비롯해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해서는 가져가시곤 했거든. 덕분에 마이크를 제법 일찍 접해본 어린이였어. 매일 성우들 목소리 듣고 그걸 내가 또 따라 흉내도 내고, 성우를 사랑하고 있었어. 그렇게 성우랑 사랑에 빠져서 지내다 보니 요새말로 원조 덕후가 되어버렸어. 어느 정도냐면, 성우들 이름을 다 알았어. 당시 전속, 프리 가리지 않고 말야. 심지어 이 작품에선 누가 1인 몇 역을 맡았는지 목소리 듣고 다 감별하고 알아챘어. 인터넷도 무엇도 없었지만 애니메이션과 외화가 쏟아지던 시대라 들을 기회는 많았지.”

 

특히나 개성적이고 독특한 보이스의 소유자를 좋아했단다. 소머즈, 밍키, 하니의 주인공인 주희, 남과북의 버지니아와 V의 다이애나(쥐 잡아먹는 파충류 외계인 외화라고 하면 당시 사람들은 지금도 기억하는 외화다)를 담당한 이경자, 레밍턴스틸의 여주인공 윤소라 등 전설의 목소리라 부르기에 부족함 없는 성우들이 그녀의 우상이었다.

 

동국대 방송 아나운서 시절, 이미 그녀 목소리에 끌린 팬들이 있었다고 한다.

 

응답하라 1994, 딱 그 시절 청춘

 

격동의 90년대로 가보자. 오렌지족이 범람하던 건국이래 최대 호황과, 그게 한순간 무너진 IMF 고개가 교차하던 시절. 그녀가 딱 응사의 그 X세대다. 그 격동 속에서도 청춘은 성우를 여전히 응원하고 열망했다.

여전히 성우랑 사랑에 빠진 학창시절 자연스레 설계도가 그려졌다. 성우 덕후는 동국대에 입학한다. 연기 전공은 아니고 사범대였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연을 이었다. 먼 꿈처럼만 느껴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우를 사랑했기에 대학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4년을 보냈다. 아나운서 활동은 뉴스 뿐 아니라 MC, DJ, 꽁트, 드라마 등 성우의 활동영역과 겹쳤다. 교내 팬도 생겼다. 스스로 재능을 검증하는 기회였다고 한다.

 

난 하고 싶다고 무조건 덤비지 않아.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지. 근데 한편으론 시험이 궁금하기도 했어. 첫 시험 도전은 MBC였는데 아직 대학 3학년 때야. 12천명이 모이는데 야외에서 진행하더라? 어떻게 할까 하다 대학 졸업 선배 중 이미자 선배님(은하철도999의 철이, 케로로의 우주도령)이 계시는거야. 인사드리고 시험에 대해 여쭈니 그냥 자신있게 큰 소리로 임하라셨어. 그렇게 했더니, 진짜 150인 안에 들었어. 2차는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데 들어보니 나만 초보자야. 그래서 공부를 좀 하면 해 볼만 하겠다 생각했어. 그때 누가 나한테 어느 학원 다니시냐 묻더라고. ‘아 초보 수준으로 안보는구나’, 그 때부턴 격정적으로 움직였어. 다음해 19954학년 1학기 때 잔여 학점 다 당겨 듣고서 미리 졸업 준비 다 하고, 2학기 때부턴 사실상 MBC문화원에서 또 한번 학교생활을 시작했어. 사실 그 땐 문화원이 MBC의 관문이라 여겨지던 시기야. 상위권 학생이 곧 MBC에 차례대로 붙는다고 할 정도였지. 여기서 윤성혜 언니(마법탐정로키 라그나로크- 프레이야, 흑의계약자- )도 만났어. 근데? 어 계속 최종에서 낙방하더라? 졸업하고 바로 붙을 줄 알았는데. 성혜 언니가 먼저 붙고 나는 떨어졌지. 그리고 가시밭길이더라.”

 

그러나 그 가시밭길도 2년 후 끝났다. 먼저 97년 대교방송에 붙었다. 그리고 99KBS로 적을 옮겼다.

 

쉽게 술술 말했지만 우여곡절 많았어. 우선 나도 실전에서는 떨어서 실력을 못 보여주던 스타일이더라고. 학교 방송 때처럼 당차게 할걸, 평정심을 잃지 말걸 후회가 그리 되더라. 그걸 이겨내는 과정이 힘들었어. 하지만 이젠 그 경험 때문에 학원을 내고 학생들을 받아 가르치는 게 가능하기도 해.”

 

그녀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 에이미 폰드

 

2019년 20년 차, 지금의 성우 김지혜가 기억하는 작품은...근데... 잘 잊어먹는 타입?

 

시간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와서,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 왔나 이야기해 봤다. 마침 오늘도 녹음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고.

 

스카이(기내더빙)더 허슬을 녹음했어. 앤 해서웨이를 맡았는데 평소 자주 맡는 전담 배우야. 지금도 이렇게나 녹음 일정이 있는 날은 너무 재밌어. 외화나 라디오 드라마가 소요 시간이 길어서 싫어하는 성우도 있지만 난 1순위야.”

 

본격적으로 작품 이야기를 해볼까. 그런데, 뜻밖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게 뭐야? 그걸 내가 했나? 몰라. 기억안나.”

 

대표작으로 여겨지던 작품조차 기억을 못하신다! 지브리 작품 바다가 들린다의 주연이었던 것도, 아직 전속이 없어 여기저기 극회에서 모여 드림팀이 꾸려지던 대원방송 초창기의 작품 쪽빛보다 푸르게도. KBS 토요명화로 방영한 이니셜 디도 모르신다.

어째 양석정 성우(이니셜디에선 타쿠미, 바다가 들린다에선 상대 남자 주인공이었다)랑 함께 호연한 작품들은 다 잊으셨다. 다행히(?) 나중에 바다가 들린다는 기억이 나셨다고.

 

덕분에 석정 오빠랑 그 작품 이야기하면서 통화로 옛날이야기 할 수 있어 반갑더라. 근데 그게 워낙 연기를 잘 모르던 어릴 때였어. 해서 오빠한테 우리 다시 이거 해볼까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야 지금 내가 저 (풋풋한)소리가 나오겠냐인거 있지.”

 

원래 평소 작품들 기억을 잘 못하시는 편인가요?”

 

내가 삶에서 뭔가를 잡질 않고 물 흐르듯 흘려보내는 타입이야. 사람도 일도, 뭐도 다. 그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 아닐까? 녹음 후 대본을 꼭 갖고 가는 선배님도 계시지만 난 그 자리에서 버려. 한번 몰입을 딱 하고 나면, 그걸로 만족해. 하지만 기억하는 작품들도 많지. 최애 캐릭터도 있어. 내가 가장 애착을 가진 애는 역시 에이미야. 이유? 나랑 가장 성격이 닮았어. 연기를 한 게 아니라 놀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야. 그리고 아이언맨의 기네스 펠트로, 무간도의 진혜림. 기내더빙에서 자주 본 키아나 나이틀리의 작품들도. 안나 까레니나 같은 고전작도 기억에 많이 남아.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기대 안했다가 몰입 후 목이 메어 대사를 못했던 기억이야. 첨밀밀도 기억나. 구자형 오빠(당시 여명 역이었다)랑 했는데 녹음 당시엔 제법 상영한지 시간이 지난 오래된 영화 축이었는데도 무척 세련됐었지.”

 

역시 외화를 좋아하시네요.”

 

외화를 하고 싶어서 성우가 됐으니까. 아무래도 꿈을 꾸게 한 영화가 인상에 많이 남게 되더라.”

 

애니메이션은 기억 안나세요?”

 

별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기억이 나. 최유기도. 이린하고 옥면공주 등을 맡았는데 제법 오래 했던 작품이라 기억나지. 이린은 대사도 많은데다 방방 떠서 고생했어. 좀 조용한 역할 하고 싶다고 여겨질 정도였어. 그리고 베리베리뮤우뮤우도 기억나. 왜냐면 의외의 배역이었거든. 그간 까랑까랑한 애들만 들어오다가 차분한 애를 맡게 되어서 말이야.”

 

애제자이자, 방과후교사였고, 이제는 성우이자 학원에 같이 출강 중인 지난번 주자 김보나 성우와 함께

 

성우 학원부터 방과후 성우교실까지, 교육계 큰 손이 되다

 

성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일본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있다. 풍성해서다. TV 연간 방영 리스트에 신규 애니메이션 이름이 수십개씩 오르내린다는 거짓말같은 이야기(당연 더빙이다)부터 성우가 연예인으로서 대접받는 현실, 성우 자체를 테마로 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건 대한민국에선 꿈같게만 여겨진다. 여기에 대해선 뮤지컬 등 엔터테이너 영역 확대를 말하던 첫 주자 위훈 성우나, 성우계 전반에 대해 짚던 구자형 성우 등을 통해서 이야기해 본 적 있다.

 

성우 김지혜는 보다 시각적으로 현실화시킨 사례다. 지인조차 몇년만에 다시 보면 깜짝 놀랄만큼 근래 들어 그녀 직함이 엄청 늘었다. 성우는 맞는데, 본인이 직접 마이크 앞에 나서 실력을 보여주는 대한민국 성우만으로는 성에 안찼다. 성우 콘텐츠를 갖고 교육자로 또 사업가로 나선 것이다. 방송연기교육원 대표님, 성우 테마 카페 사장님 등 지금 만나면 받을 명함이 많다.

먼저 이 중에서도 가장 괄목할 교육 사업 이야기를 나눠볼까. 현재 성우님이상으로 자주 듣는 말이 선생님이다.

명함 한 장을 받았다. 보이스투보이스 방송연기교육원 대표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먼저, 쉽게 짐작했듯 성우학원 원장님이다. 그것도 서울 이대 본원을 비롯 부산, 수원 등 각지에 지사를 내며 점차 확장 추세다. 사실 성우지망생들이라면 이미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도 곧 썰을 풀 것이니 성우지망생들은 잠시 기다리시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끝이 아니다. 방송국 입사를 목표로 한 지망생 뿐 아니라 성우가 꿈인 어린 학생들, 성우 체험을 해보고픈 일반인들까지 케어하고 있었다. 마치 스포츠가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엘리트 육성 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생활체육으로 확대되고 있듯, 성우가 점차 사람들 기억에서 희미해진다고 안타까워하던 실정에 거꾸로 당신도 한번 즐겁게 해볼래요?’ 하며 생활 속 교육과정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반포, 잠실 등 분원에선 어린이, 청소년 반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방과후학교 사업을 통해 학교에서도 성우교실을 열고 있다.

 

특히 방과후 성우교실 프로그램의 성과가 크다. 애니메이션 더빙을 교실에서 해 보는 방과후 프로그램 런칭은 지금까지 만나 본 어떤 주자들에게서도 들어본 적 없는 발상이다. 지난 번 열여덟번째 주자 때도 소개했는데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과정 중에 성우교실이 생겼다. 성우 김지혜의 작품이다. 아직 가나다가 어려운 초등학생이 영어수업부터 듣는 요즘, ‘성우를 방과후교실로 데려왔다.

어린이들에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속 목소리 주인공에 대해 알리고 본인이 성우를 체험하는 수업의 효과는 성우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기대할 법 하다. 사실 글쓰는 본인도 현재 이를 통해 초등학교에 강사로 나서고 있고, ‘내 장래희망은 성우예요라는 초등학교 1학년생을 만나고 있다.

내일의 성우를 꿈꾸는 지망생을 비롯 우리말 교육이 필요한 초등학생, 진로를 꾀하는 청소년 등 대중에게로까지. 어떻게 해서 판이 이렇게 커졌을까. 전속 시절 지망생 서넛을 안고서 과외교습을 하던 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대학 전공 때 선생님도 괜찮겠어라고 고민했거든. 실제로 성우 활동만큼이나 제자들을 길러내는 것도 즐거워. 사주에서도 교육자가 운명이라고 나오던데 진짜인 거 같아. 처음이 언제였더라. 성우 교육을 통해 누군가의 스승이 된 게. 그게, 전속 3년차였어.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 셋을 가르치게 됐는데 누가 전속 때 그걸 소문내고 다니겠어. 조용히 소문 안내고서 했어. 그러다 교생 실습 때 만난 아이도 새로 들어와 넷이 되었고, 소리 지를 장소가 없어서 차 안에서도 연습하고 장소를 빌려 여기저기 다니기도 했지. 그 때 성우가 된 아이 둘이 KBS 29기 송정희, 임주현이야. 소문을 듣고서 계속 찾아오대? 난 솔직히 그 때, 그만하고 싶었어. 일에 결혼에 출산에, 나중엔 아이를 둘씩이나 키워야하고 점점 바빠져서 발 빼려는데 자꾸 합격자가 나오고 또 누가 찾아와. 그러다 깨달았어. 내가 힘을 쭉쭉 빨리고 있다고 여기는 지금 어떻게 버티고 있지? 생각해보니까 난 이 아이들한테 에너지를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받아다 충전도 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작정했어. 오피스텔 얻어 본격적으로 학원을 열었어. 이후 이래저래 옮겨 다니며 키워가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어. 배출한 합격생 중 정희나 동훈이(대원방송 2기 이동훈)는 현재 학원에서 나랑 같이 강의 중이고. 동기인 성웅 오빠도 같이 하고 있어.”

 

원장님으로서 성우 학원을 여기까지 키워낸 비결이 뭘까요?”

우선 내가 지망생 시절 이것저것 다 겪어보니 그들 사정도 생각도 고민도 다 생생하고 기억하고 있거든. 무엇을 가르치겠다는 것에 앞서 그걸 다 겪었으니까 이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연기에 접근하고 또 어떻게 하면 한 걸음 나아가는지 아니까 답이 나왔어.”

 

그렇게 학원이 잘 되면서 현재의 이대역 앞에 본원을 냈다. 그 때가 2014, 간판을 걸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렛잇고 노래가 들려왔다. 겨울왕국 열풍이던 때다. 순간 그 학원 원장님은 생각했다. 어린이 성우가 부각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어린이들을 전문적인 교육으로 준비시키는 게 필요하진 않을까. 대상이 확대되는 순간이다.

 

우리 애도 포함해 어린이들 여럿을 데려다 무료 특강을 열어봤더니 호응도 성과도 있었어. 성웅 오빠가 얻어다 준 애니메이션 샘플로 더빙해보니 처음엔 아예 소리도 못내던 애들이 4주만에 너무 잘하는거야. 그 때 찾아온 부모님 한 분이 그랬어. ‘방과후 사업으로도 괜찮겠다라고. 그래서 정말 그렇겠다 싶어 바로 시작했지. 처음에야 장비부터 시작해 시행착오에 애로사항도 많았어. 그런데 어린이들에게 또 대중에게 성우 수업은 단순 스피치가 아니라 정신적 치료까지도 가능한 수업이라고 확신해. 성우가 되어 받은 많은 행복을 대중들과 나누고 싶었어.”

 

 

 

방과후 성우교실, 성우지망생들에게도 희소식이 되다

 

그렇게 방과후 성우교실이 열렸다.

교육을 받는 이들만 수혜 대상은 아니다. 입사를 준비하는 성우지망생들에게도 업이 생겼다. 성우교실 방과후 학교가 운영되려면 강사도 양성해야 한다.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를 배정받는 순을 따르게 되는데 아무래도 성우 공부를 했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식적 측면에서나 접근적인 측면에서나,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과 관련되었기에 동기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번 만난 김은연 성우를 비롯 학교에 나가며 준비를 해 성우가 된 이들이 있다. 김은연 성우는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되었고, 당장 학원비 내고 생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으며, 무엇보다 즐거웠다고 밝혔다.

 

사실 성우 지망생 입장에서 가장 큰 난관은 공부를 하면서 생업을 병행하는 거거든요. 특히 가장 큰 고민은 이렇게 학원비 내며 공부를 했는데도 끝끝내 성우가 안되면 그 땐 뭐하고 살지?’예요. 성우 공부한 이력은 다른 데선 직접적으로 쓰일 데가 없다는 푸념을 많이 들으셨을 거에요. 그래서 이 사업은 지망생에게 새 길 하나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데요.”

 

성우만 바라보고 괴로워하는 제자들에게도 이 일을 하는게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거 보다 더 낫다고 생각해. 무엇보다도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일과 관련 있잖아. 무엇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여러분도 갖고서 그에 따르는 기쁨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어.”

 

고구마 줄기처럼 새로운 일은 또 새로운 일을 끌고 왔다. 교육 사업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없었던 성우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겼다.

먼저 극장가 등에서 어린이를 애니메이션 더빙에 기용하는 아역 성우 수요가 늘어난 지금,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잘 준비된 아역 성우를 공급하는 어린이 성우 에이전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거기까지 발을 넓혔다. 이렇게 현재 방송연기교육원은 성우 학원, 방과후 교육, 에이전시 사업을 모두 하는 데 이르렀다.

그런데, 일단 엔터테인먼트 영역까지 닿은 이상, 이게 끝이 아니다.

 

성우 테마 카페 스페이스 청이 열렸다

지금까지 이런 카페는 없었다.. 성우 테마 카페도 열었다!

 

얼마 전 본원 옆에 카페 하나가 생겼다. ‘스페이스 청은 성우 테마 카페다. 카페 안에선 이누야샤의 그 전설적 피아노 연주곡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 흘러나오고, 얼마전 프리한19에서 떼창을 부르는 곡 12위에 랭크된 이용신 성우의 달빛천사 나의 마음을 담아도 들을 수 있다. 성우 이동훈의 블루에이드, 강수진의 자몽에이드를 한잔씩 주문하고 앉아보자. 마치 각자 캡틴블루 죠, 이누야샤의 색깔 같아서 어떻게든 작품 이야기가 나온다. 이 기세라면 조금 있음 그분의 인간성기사 뿌뿌뿡이... 이건 무슨 메뉴로 만들어야 하나. 하여튼 그것조차 나올 기세다.

한국성우협회에 등록된 지난 80년간 성우들 명단을 한 눈에 확인할 수도 있다. 카페 소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리뷰해 보겠다만, 여하튼 성우를 소비재로 삼아 대한민국 성우 팬들을 불러 모을 아지트 하나가 서울 중심부에 생겼다는 것이 큰 뉴스다. 성우를 꿈꾸는 자는 물론, 팬심으로 찾아온 이들도 쉬어갈 휴게소가 생겼으니 앞으로는 어떤 것으로 더 채워넣을지가 관건이다.

 

그래 다들 와서 누렸으면 좋겠어. 난 여기서 행사도 해보고 싶어. 성우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낭독회라던가. 난 그런 생각도 해. 기회가 되면 김세한 선배님이나 손정아 선배님같이 까마득히 윗분들의 고급스런 외화 속의 소리도 여기서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상시 공연이 이뤄지도록 기획 중이야. 생각해 봐. 심신이 지쳤을 때 그립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여기서 에세이를 읊어 낸다던가, 누군가의 편지를 읽어준다던가 한다면 어떨까. 사실 성우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이름 들어도 누군지조차 모를거야. 직접 귀로 듣고 눈으로 본적도 없을테니까. 하지만 언젠간 아이돌 노래 한곡 듣는 것 못지 않은 가치가 대중들에게도 생겨날 수 있을거야. 멋모르고 찾아온 손님들도 차 한잔 마시다 그날 저녁 낭독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가는 곳, 팬들이라면 관련한 상품들도 쇼핑해볼수 있고 팬미팅도 하고, 혹 수익금이라도 나면 고객과 성우들이 조금이나마 나눠갖고 그러다가 우리 젊은 성우들도 옛 선생님들의 추억이자 전설의 모습을 보고 듣고 확인할 공간이 된다면 이 카페는 가능성이 무한할거야.”

 

지난 8월에는 성우 위훈의 송포유, 그녀를 비롯 정재헌 이주창 장병관 윤용식 등이 출연한 점프하이 공연이 열렸다. 앞으로는 더 많은 후속 공연을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김세한, 손정아 두 분이 오셔서 원스어폰어타임인 토요명화 같은 공연이 열린다면 좋겠다. 그 땐 현직 성우들도 찾아와 힐링하는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

 

 

20주년 맞이하고 20년 후를 설계하는 그녀의 청사진, 그리고 미래의 세대에게

 

미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올해로 내가 성우된지 딱 20주년이야. 으음, 사실 지금 이대로의 것을 지켜가면서 더 키우고 꾸려가는 정도로도 좋아. 이미 원도 없이 이것저것 다 한거 같은데? 어디 보자. 우선 성우.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앞으로도 좋아하면서 할 생각이야. 알고 지내는 성우들이 내게 주는 가장 많은 질문이 넌 성우 일도 많은데 다른 일을 하느냐야. 그럼 내 대답은, ‘난 성우 일을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보단 좋아서 하고 싶어, 돈은 다른 일로 벌고 싶어. 좋아하는 일도 먹고 살다보면 초심이 흐려져. 10만원짜리 일과 100만원짜리 일을 앞에 두면 똑같이 보게 되진 않아. 지망생 땐 어떤 일이 주어져도 즐거운데 성우가 되면 달라고 돈이 곧 가치의 중심이 된다구. 돈 버는 대신 재미는 줄지. 사실 성우도 재미없는 녹음이 있지 않겠어. 돈 벌기 위한 녹음, 하기 싫은 역할, 그런데 짬을 먹으니 돈은 다른데서도 얻을 수가 있더라고.”

 

성우로서는 이미 이루고픈 걸 다 하신 걸까요?”

성우로서는 지금도 만족스러워. 행복을 느끼니까.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해내고 싶어. 내가 성대결절만 세 번 겪었다? 병원서 그래. ‘지금도 이거 진행중인거 아시죠?’라고. 그런데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1순위 영역은 외화, 라디오드라마가 될거야. 이들 작업은 시간이 길고 힘들어서 싫어하는 성우들도 있어. 그런데 난 이런게 좋아.”

 

그럼 돈 버는 일에 대한 목표는?”

그래서 회사를 차렸어. 그럼 이윤 창출을 위해 열심히 해야지? 지금 함께 하는 직원들이 평생직장으로 생각할 수 있을만큼 해 내고 싶어. 연기자, 교육자, 회사 대표 세 직함 중 셋째는 아무래도 부담도 크고 스스로에 부족함도 느껴. 앞으로도 망하지 말자, 잘하자 하고 생각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야. 여기 하나 더 큰 꿈을 불어넣자면, 성우가 성우 일로 더 대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거. 어차피 일본 같은 기획사 체제가 아니잖아 우리나란? 작품이 대박나도 성우와는 관련이 없어. 겨울왕국에서 지윤이(박지윤-안나 역)가 떴다 한들 개런티가 수입의 전부 아니겠어. 일본에선 성우가 배우처럼 다방면으로 활약하는데 말야. 내가 하는 일이 후배, 어린이 성우, 나아가 기존 성우의 이익까지 도울 수 있음 좋겠어.”

 

현재 제자를 비롯 성우지망생들에게도 마지막을 한말씀 남겨주세요.”

이런 말 하면 두 분 다 놀라실 텐데, 난 정미숙 선배 보면서 참 대단하다 느끼고 있고 영향도 많이 받았어. 여기서 처음 밝히는 거야. 보시면 평소 교류가 잦지 않은 애가 이런 생각 했나 하실거 같아. 배틀비드맨을 할 때 둘이서 같이 많이 붙었어. 녹음실에 들어가면 늘 먼저 계셨어. 더빙이 입만 맞추는건가 하던 시절에 이 분이 화면 속으로 뛰어드는걸 보고 큰 도움을 얻었지. 그리고 은영선 선배에게도. 그 분은 드라마 연기에 한참 고민 많을 때 답을 줬어. 옆에서 보고 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말야. 소리가 아니라 행동에서 영감을 주는 그런 연기를 하셔. 마이크가 아니라 허공에 던지는 눈빛이 바뀌는 걸 봤어. 미숙 선배가 더빙의 에너제틱함을, 영선 선배가 드라마의 길을 보여줬어.”

 

성우 김지혜는 20년 전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 네가 곧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연기의 가능성이 그렇듯, 사람도 그래. 사람은 몰라. 얼마나 바뀔지. 제자들이 내게 젤 많이 묻는 건 제가 성우가 될 수 있을까요?’. 심지어 퍼센테이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물어. 내 답은 아무도 모른다. 단 누구든 가능성은 있어. 오늘 내가 내일 어디에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걸. 대부분은 비슷하겠지만, 그 조차도 ‘1만 바뀌면 6개월 후엔 180도 달라지는 거잖아. 시험 칠 때 그 사람 위치는 중요치 않아. 내가 경험해 봐서 그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금방 될 거 같은 애가 10년이 걸리고, 생각도 못한 애가 금새 붙는 게 현실이야. 수업 때 평소 실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이유야.”

 

그녀는 만일 자신의 두 딸이 엄마랑 같은 길을 가고 싶다면 응원할 것인가 걱정할 것인가란 질문에 전자라고 한다. 오히려 자신이 먼저 물어보고 있다고 했다.

 

본인이 좋다면야 당연히 응원하지. 내가 성우가 되어 누려온 그 기쁨, 행복을 아이들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열아홉명의 성우를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우 본인의 이야기 외에도 성우에 대해 각자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있었다. 그 부분을 한데 모으면 레고처럼 퍼즐처럼 작품 하나가 완성되겠지. 인터뷰를 전부 돌아보면 성우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얻을 수 있는 것. 그것이 필자가 목적하는 바 중 하나다. 이번 주자는 성우가 우리 사회 전면에 보다 나설 수 있게 꾀하고 있었고, 구상하는 것보다는 이미 현실로 이뤄낸 성과를 보여줬다. 성우를 소비하는 팬도, 성우를 꿈꾸는 자도, 성우가 되어 있는 자도, 성우를 공부로서 재미있게 배워가는 어린이들도 기쁘게 찾아갈 수 있는 곳.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 마냥 그녀도 예쁜 성 하나를 짓고서 손님들을 맞고 있다.

20년 후 그녀의 성도 그것처럼 스카이바가 있는 100층까지 쌓아올릴 수 있을까. 망하지 않고 잘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녀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글 사진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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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빛의목소리